총회 참관을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누구라도 총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줘야 한다는 마음에서 참여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104회 총회에서 결정하는 사안이 중요하기에 직접 참관하며 무게감을 느껴 보려 했다.
총회 전날 미리 포항에 도착했다. 태풍과 비바람을 몸으로 맞으며 함께 구호를 외쳤고, 이번 총회에서 세습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비를 입었지만 5분도 지나지 않아 얼굴과 다리가 온통 젖었다. "하나님, 평생 못 겪을 일을 겪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신앙의 길에서 광야 같은 이 길로 나설 수 있는 용기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십자가 길을 조금이라도 따라가고자 발버둥쳐 봅니다. 우리를 긍휼히 여겨 주옵소서." 기도하며 집회를 무사히 마쳤다.
총회 첫날. 총회장은 촘촘히 걸린 현수막, 피케팅하는 사람들, 기쁨의교회 측 보안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우리도 현수막을 걸고 세습 반대 구호를 외쳤다. 잠시 후 도착한 명성교회 교인들은 예배하며 찬양을 불렀지만, 누구를 향한 예배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를 이단과 주적이라고 하면서 목사 청빙이 자신들 권리라고 주장하는 그들의 가슴 한편에 예수님의 십자가가 있는지, 하나님을 향한 두려움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다. 공식 기자회견 현장까지 덮쳐서 막아 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안하무인이 무섭고 슬펐다.
▲ 예장통합 104회 총회 첫날. 공의로움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했지만, 명성교회 교인들 방해로 도중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총회가 시작하고 많은 총대가 모여들었다. 여느 모임에서 볼 수 있듯이, 서로 악수하며 삼삼오오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민망했다. 총회가 오랜만에 만나 감회를 나누는 자리인가 싶을 정도였다. 총회 개회 후 오가는 논의에 참된 목회와 교인의 헌신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 같았고, 자신들의 이익·안위와 관련한 안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큰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중등부 학생들이 이른 아침 예배 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면서 자리를 지키던 모습을 떠올리니 그것이 더 은혜스러웠고 감동적이었다.
첫날에는 중요한 안건이 계속 뒤로 미뤄졌다. 둘째 날 오전까지 참관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올라오는 길에 접한 소식에 다리가 풀렸다. 명성교회 세습 문제와 관련해서 모든 상황이 준비되고 정해진 대로 진행되는 듯했다. 온정주의에 호소하는 김삼환 목사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세습을 인정하고 용인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그럼에도 세습에 반대하는 300명 가까운 총대가 있었지만, 이를 무력화할 만큼 명성교회를 향한 지지가 있었다. 예장통합은 세습을 인정하는 치욕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 정회 후 속회했지만, 반 이상 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총대들에게서 불성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진 제공 교회개혁실천연대
아마 이 싸움은 오래갈 것이다. 계속 지는 싸움일 것이다. 알곡과 가라지를 분별할 때를 위해 하나님이 그대로 두라고 하신 말씀처럼, 이 심판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 하나님께서 하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망하거나 낙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더욱 연합하고 깨어 우리가 할 바를 다해야 한다. 교회개혁실천연대를 비롯해서, 교회 개혁과 회복을 위해 기도와 눈물로 행동하는 단체들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