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55) 속 보이는 한동훈-윤석열 간 차별화, 한동훈이 휴대전화 비번 감추고 수사 방해한 사실 누구와 갈등한다고 지워지는 것 아냐
[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55) 속 보이는 한동훈-윤석열 간 차별화, 한동훈이 휴대전화 비번 감추고 수사 방해한 사실 누구와 갈등한다고 지워지는 것 아냐
  • 최자영
  • 승인 2024.10.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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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채 상병 특검 재표결에서 국힘당 4표 이탈한 것 한동훈과 무관
한동훈-윤석열 갈등 담론은 한동훈을 띄워서 대세의 중심에 세우려는 꼼수
한동훈이 맡은 이중의 역할, ‘두고 보자’는 것은 영원한 지연

대통령 윤석열의 ‘멘토(책사)’로 알려지기도 한 변호사 신평이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 발의 겁낼 것 없다. 해봐야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이 확실하고, 또 (이번이) 한동훈(여당 대표) 세력을 추방할 기회”, “여러 언론의 논조나 야권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볼 때 (지금이) 탄핵정국의 전야인 것 같다”, “곧 국회가 탄핵소추 결의안을 발의할 것”, “탄핵안이 (현 여당 의원 중) 일부, 즉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의 합류로 통과될지라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시킬 것이 분명하며, 그 경우 야당이 탄핵 역풍을 맞을 것이고, 또 한동훈 세력을 뿌리 뽑을 기회를 갖는 등 정통보수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서울=뉴스1, 2024.10.5.)

나아가 같은 이는, “인사정책이 윤석열 대통령의 가장 큰 실책”, “그 중 한동훈이라는 한 사람을 지나치게 중용, 그에게 너무나 큰 권한을 행사하게 한 건 가장 뼈아픈 실책이다”, “한 대표는 시종일관 '반윤석열'을 표방, 윤 정부를 향해 야권과 협공의 자세를 취해왔다”, “그가 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 “한 대표와 야권에서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사과는 탄핵정국 조성의 화려한 트리거(trigger, 방아쇠)가 될 것”, "국회가 탄핵소추안 발의의 단계로 나아가는 불행한 사태를 극력 막아야 하지만 그렇게 돼도 크게 낙심할 것 없다” 등 발언도 했다.

한동훈에 관한 신평 발언의 요지를 정리하면, 첫째, 야당(민주당)의 윤석열 탄핵에 한동훈이 국민의힘 대표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둘째, 대통령 윤석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한동훈 때문으로, 윤석열이 한동훈이라는 한 사람을 지나치게 중용, 그에게 너무나 큰 권한을 행사하게 한 건 가장 뼈아픈 실책”이라는 것이다.

신평의 의견은 몇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 위 첫 번째 관련하여, 윤석열 탄핵에 동조하는 국힘당 의원이 있다면, 그런 현상이 왜 꼭 한동훈으로 대표 혹은 상징되는 것처럼 신평이 말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김건희, 채 상병 특검 관련 국회의 재표결에서 국힘당에서 4표가 이탈하여 특검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4표의 이탈이 한동훈이 시켜서 한 것이라고 할 수가 있나?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 신평이 말하는 바 한동훈이 특검에 합류할 가능성 운운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다. 한동훈만 이탈하지 않으면, 국힘당이 죄다 그를 따라 대오를 이탈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평의 억지 논리는 위 두 번째, 윤석열에 대한 지지도가 낮은 것이 한동훈 때문이라고 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윤석열의 지지도가 낮은 것은 한동훈을 포함한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독선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지지해도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그 독선. 그런데 신평은 다른 누구 때문에 그 지지도가 낮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신평은 윤석열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윤석열도 잘 모르면서, 한동훈까지 들먹이는 것이 우습다.

위 두 가지 신평의 의견을 거꾸로 뒤집어 종합하면, 한동훈이 특검에 합류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윤석열은 탄핵당하지 않을 것이고, 또 윤석열이 한동훈을 기용하지 않았다면 탄핵 당할 위기에 처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윤석열이 탄핵 당한다면, 오로지 한동훈 때문이라는 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윤석열과 김건희는 무색무취의 합바지가 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한동훈이 아무리 윤석열과 김건희를 위해 필사적으로 막으려 해도, 국힘당에서 이탈표가 더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김건희나 채 상병 죽음에 얽힌 갖가지 혐의는, 그 발생에서 전개에 이르기까지, 윤석열이 한동훈을 기용했는가 여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김건희, 채 상병 특검 재표결에서도 한동훈은 특검 반대를 국힘당론으로 정했다. 그런데도 4표가 이탈한 사실은 앞으로도 있을 수 있을 더 많은 이탈표의 전조로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 이탈표도, 다소를 불문하고, 한동훈과 무관하게 발생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신평이 특검 찬성의 이탈표 발생을 한동훈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지 주장이다.

그 같은 맥락에서 언론에서도 일제히, 윤석열(김건희)과 한동훈이 골육상쟁으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강세를 더하여 떠들고 있다. 현재로서 그렇게 큰일도 아닌 것 같이 보이는 것을 가지고 ‘골육상쟁’에 비유했다. 무슨 골육상쟁이 거기서 그렇게 발생하나?

한동훈이 2차례에 걸쳐 공비로 자신 관련한 무슨 여론조사 한 혐의를 두고 대통령실 혹은 그 주변 인물이 한동훈 뒷조사를 하라고 시켰다나 하는 것인데, 이런 사안을 두고, 한동훈과 윤석열의 충돌이 골육상쟁으로 치닫는 것 아닌가 하고 침소봉대하고 있다.

한동훈을 뒷조사하라고 대통령실이 사주한 일이 있었던가의 여부는 김건희, 채 상병 특검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로 성격이 다르다, 한동훈과 윤석열(혹은 김건희)이 서로 충돌하는 일이 있다 해도, 이번 일은 개인의 금전 집행 일탈 여부에 관한 것이다. 반면, 특검 여부는 사안의 크기나 파장에서 전자와 동일한 비중의 것이 아니다.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신평이 왜 윤석열이 탄핵에 직면할 수도 있는 질곡의 원인을 온통 한동훈에게 다 뒤집어씌우려 하는 것일까?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 혹은 사적인 갈등을 두고 왜 언론은 서로 골육상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노라고 소리높여 떠들어 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실제로 한동훈이 온갖 질곡의 원인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다. 공사의 사안을 막론하고 한동훈이 이래저래 윤석열과 갈등하고 있는 듯한 행색을 연출하는 효과는 다른 데서 발견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한동훈을 윤석열과 다소간 차별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동훈에게는 부득이 이중의 역할이 부여된다. 그 이중성은 과거의 행적과 미래의 전망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 배를 타고 있던 한동훈, 윤석열, 김건희 등이 다소간 혐의에 함께 연루되어 있는 상황은 하루아침에 척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동훈이 김건희 혹은 윤석열과 불화한다고 해서, 자신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아서 검찰수사를 방해한 사실, 또 자신의 자녀가 2만 시간 봉사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 등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용산 대통령실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쟁점들을 유야무야 무시하고 지나가기에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동훈 자신도 경우에 따라서는 이탈표에 편승할 수도 있다는 언질을 흘리는 듯한 행색을 취하는 것도 그 같은 현실을 반증한다. 한동훈이 ‘두고 보자’고 하는 것을 두고, 실제로 사태의 추이에 따라, 김건희 혹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는 것은 참으로 순진한 소치이다. 이때 한동훈이 말하는 '두고 보자’는 오히려 이탈표를 만류하고 시간적으로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 ‘두고 보자’는 것은 ‘당장’에는 하지 말자는 뜻이고, 다시 그것은 무한하게 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한동훈의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한동훈이 ‘두고 보자’라고 하는 것은 당장을 모면하기 위한 ‘사이비’책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수석최고위원 김민석이 한동훈을 ‘간동훈(간을 보는 한동훈)’이라 명명한 것도 그 같은 맥락을 짚은 것이다.

그럼에도 신평이 윤석열과 김건희를 가려놓고, 대놓고 한동훈을 매도한 것은, 한편에 한동훈을 윤석열로부터 차별화해야 한다는 조바심, 다른 한편에 국힘당 내 다른 누가 아니라 한동훈을 띄워서 대세의 중심에 세우려는 꼼수, 윤석열이 임기를 다 채우는가 여부와 무관하게, 그 후계자는 한동훈뿐이라는 속내를 반어법으로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친윤-한윤 간 갈등을 골육상쟁에 버금가는 것으로 부각하는 언론도 그 같은 선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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