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진실 밝혀내고, 가해자 처벌, 피해자 명예 회복 노력해야
5.18기념재단은 2019광주아시아포럼이 5월 18일에서 20일에 걸쳐 ‘학살과 난민-국가폭력과 국가의 보호책임’이란 주제 하에 5월 18부터 20일에 걸쳐 총 45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인가운데 치러졌다 .
포럼은 5·18진상규명, 난민, 과거사 청산,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 해외동포단체 기념사업, 민주화운동 39주년기념 언론세미나, 동아시아네트워크 등 7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여기서 도출된 내용을 기반으로 ‘2019광주아시아포럼결의문’을 작성하였고 이를 포럼 폐막식 참가자들의 동의로 ‘2019광주선언’으로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선언을 통해 5·18기념재단은 ‘학살과 배제는 언제 끝나는가?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과 난민에 대한 혐오를 중단하라’ 는 제하에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은 세계사적 작업이며 5·18을 부정하는 시도는 학살을 찬양하는 것’이며 ‘난민과 무국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혐오와 차별을 방지하는 정책 수립과 법적 조치의 촉구’에 합의를 보았다. 이에 450여명의 2019광주아시아포럼 참석자들은 과거사 청산 및 난민 문제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공통의 입장을 표명하였다.
2019 광주선언
학살과 배제는 언제 끝나는가?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부정과 난민에 대한 혐오를 중단하라
우리 광주아시아 포럼 참가자들은 2019년 5월 17일부터 20일까지 광주에 모여 ‘학살과 난민 – 국가폭력과 국가의 보호책임’라는 주제에 대해 함께 토론하였다. 우리들은 광주, 한국, 아시아, 그리고 세계의 경험과 사례를 나누며 20세기에 벌어졌던 국가폭력, 특히 광주 5·18을 비롯한 학살의 문제를 각 공동체가 극복해가는 과정을 확인하였다.
또한 로힝야 문제 등 현재 아시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문제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역사적으로 대규모 학살이 자행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적 만들기’였다.
특정 대상이 “폭도”, “빨갱이”, “간첩”, “이단”이라고 규정된 이후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들은 죽여야 할 대상이 되어갔다. 우리는 현재 아시아 난민 수용국들에서 등장하고 있는 난민에 대한 심각한 혐오와 배제 속에서 ‘적 만들기’가 다시 등장하고 있음을 공유하며 학살이 과거의 무엇이 아닌 오늘의 긴박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직시할 수 있었다.
우리는 위와 같은 토론을 바탕으로, 과거사청산 및 난민의 문제에 관한 공통의 입장을 표명한다.
1. 광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은 세계사적 작업이며 5·18을 부정하는 시도는 학살을 찬양하는 것이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많은 국가의 사회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또한 세계는 한국 시민사회와 정부가 5·18 학살 이후 어떻게 그 학살의 진실을 밝혀내고, 가해자들을 처벌하며,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지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우리가 2019년 5월 18일 이곳 광주에 모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확인한 오늘 광주 5·18의 현실은 비참했다. 학살 39년만인 2018년 온전한 진상규명을 위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비로소 제정되었으나 법률이 시행된 지 8개월이 넘도록 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학살의 진상을 밝힐 기구에 제1야당은 광주 5·18을 부정하는 인물을 위원으로 추천했기 때문이다. 학살 피해자들에 대한 노골적 공격도 확인된다. 한국의 한 국회의원은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라며 과거사청산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피해회복 절차를 ‘세금낭비’라고 폄하하였다. 배상금을 수령한 피해자들의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학살의 피해자들은 ‘조사받아야 할 괴물’이 되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은 학살을 가능하게 했던 ‘적 만들기’의 부활이다. 1980년 5월 광주의 시민들은 죽여야 할 적이었고 이에 대한 학살은 정당한 법집행이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주 5·18 학살을 부정하려는 위 시도들이 한국의 지체된 과거사청산 흐름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한국은 2000년대 법적 근거를 가진 여러 과거사위원회를 통해 일제 식민지시기, 한국전쟁 전후 및 권위주의 정권 시기 동안 발생한 학살과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의 권리회복 절차를 진행하면서 과거사청산에 큰 전진을 만들었다. 그러나 2010년대 한국의 과거사청산은 사실상 중단된 상황이다. 시민사회는 포괄적 과거사청산기구의 재가동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에 관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뚜렷한 의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 정부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포괄적인 배보상 및 과거사청산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과거사재단의 설립을 공약하였으나 집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이에 우리는 지체되고 후퇴하고 있는 한국 과거사청산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한다.
●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언행을 중단하라. 역사적 진실을 구체적 근거도 없이 부인하고, 학살의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학살에 대한 찬양과 같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39년이나 미루어져온 온전한 진상규명을 시작하는 것이며, 이를 위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위원회의 신속한 조사 개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 한국의 중단된 과거사청산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을 개정하라. 과거사청산은 권위주의 정권을 극복한 전 세계 민주국가의 보편적 과제이며, 세계사적인 운동이다. 따라서 과거사청산을 특정 정파의 정치적 요구라고 폄하하는 것을 멈추고, 진상규명과 피해자 권리회복, 재발방지와 사회적 기억 형성 등의 원칙에 입각한 과거사청산 실천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광주아시아 포럼에서 우리는 독일, 인도네시아 및 아르헨티나에서의 과거사 청산 사례를 공유하였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1965년 대학살에 대한 정부부처와 시민사회의 진상규명이 군부의 집요한 반대로 사실상 중지된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아르헨티나 시민사회와 이에 연대하는 초국적 옹호 네트워크(Transnational Advocacy Network)를 통해 사법부를 통한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가능했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이 하나의 초국적 압박이 되어 한국 과거사청산 문제의 변화를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 5·18에 대한 온전한 진상규명의 경험은 인도네시아 1965년 대학살에 대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 난민과 무국적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혐오와 차별을 방지하는 정책 수립과 법적 조치를 촉구한다!
현재 국제인권규범에 의한 보호가 필요한 전 세계의 난민과 국내실향민, 무국적자들은 6천8백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난민협약과 같은 국제규범, 국가들 간의 선의에 기댄 공조를 통한 난민보호는 실패하고 있다. 전례 없는 인도적 위기 앞에 국제사회는 ‘난민 글로벌 컴팩트’, ‘이주 글로벌 컴팩트’를 통해 난민보호 책임의 확립과 질서 있는 이주를 위한 절차 수립을 시도하고 있으나 그 전망은 아직 불확실하다.
국제인권규범의 보호가 필요한 앞서 말한 6천8백만 명중 9.5%에 달하는 7백70만 명이 아시아에 있다. 각각 3백50만의 난민, 1백90만 명의 국내실향민, 1백40만 명의 무국적자이다. 아시아는 난민들이 발생하는 지역이기도 하고 난민들이 피난하는 지역이 되기도 한다. 학살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까지 기억될 비극인 로힝야 난민을 포함하여 박해를 피해온 다양한 난민들에게도 국가폭력은 미치고 있다. 그러나 난민들은 아시아에서 잘 보호되지 않고 법적 권리가 없고, 구금되고 추방되며 규범적으로나 인식적으로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살아가고 차별의 대상이 된다.
우리 참가자들은 2019 광주아시아 포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상황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난민보호를 위한 법적 체계는 아시아지역 대부분의 나라에서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작동하고 있다. 정책결정권자들의 인권에 관한 이해 및 난민보호에 관한 의지가 취약하다. 이로 인해 국제협약의 비준이나 국내법들의 운용은 정치적 이해관계 및 각국이 처한 정치적, 외교적 컨텍스트 안에서 협소하게 이루어진다. 아시아 최초의 독립된 난민법 제정을 자랑했던 한국정부는 최근 난민법을 후퇴시키려고 하고 대만에서 난민법의 제정은 오랫동안 지연되고 있으며 홍콩의 통합심사 시스템의 한계와 일본의 협소한 난민협약 해석으로 인해 극도로 낮은 난민 인정율이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 전역에서 난민들을 보호하기보다 난민들을 통제하는 출입국관리에 초점을 맞춘 법률과 정책이 만연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의 난민들이 마주하고 있는 장벽은 단지 법 제도와 정책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는 한국의 예멘 난민들에 대한 혐오, 일본의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혐오, 홍콩,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민들에 대한 혐오, 그리고 ‘가짜 난민’이란 용어로 박해의 위험을 피한 난민들을 차별하는 현상이 아시아 전역에 만연함을 확인하였다. 타자를 ‘적’을 만들어 사회의 문제들을 투사하는 현상은 아시아 전역에서 난민들을 주된 대상으로 삼아 일어나고 있다. 인종주의와 타문화에 대한 무지는 난민 혐오에 불을 붙인다. 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공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난민들은 스테레오타입으로 대상화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아시아 각국 정부와 시민사회를 향해 아래의 입장을 표명하고 난민의 권리개선을 위한 조치를 촉구한다.
● 각국 정부는 난민협약의 비준 또는 현행 법령들의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난민인정절차를 포함한 난민제도를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게 수립하라
● 각국 정부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과 같이 난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방지할 법 제도를 수립하고 혐오와 차별을 방지할 교육 정책을 수립하라.
● 난민들을 옹호하는 우리 아시아의 시민사회는 보다 강력한 네트워크의 형성과 연대를 통해 정부를 압박 난민보호를 위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 아시아의 시민사회는 정책과 제도의 대상이 아닌 당사자로서 난민들의 목소리가 정책결정 과정과 사회 안에서 더욱 명확하게 들릴 수 있도록 옹호 활동과 구조 안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2019년 5월 20일
광주아시아 포럼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