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36) 국회에서 따박따박 검사 탄핵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따박따박 기각시킬 전망이다
[최자영의 금요칼럼]국회무용론(36) 국회에서 따박따박 검사 탄핵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따박따박 기각시킬 전망이다
  • 최자영
  • 승인 2024.06.0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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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권 없애지 않고는 국회가 9명 헌법재판관에 종속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한다고 검찰, 헌법재판소의 공권력 남용 고쳐지는 거 아니다
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권 없애기 찬반은 놔두고, 대통령 4년 중임제 찬반만 여론조사 하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관련하여,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안동완 검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9명 재판관의 헌법재판소(헌재)에서 5:4의 의견으로 기각됐다. 9명 중 6명은 안동완의 '법률 위반'을 인정했고, 이 가운데 4명이 '중대 위반'으로 판단해 기각됐다고 한다. 그냥 법률을 밥 먹듯이 위반해도, 그 각각이 ‘중대 위반’으로 분류되지만 않는다면, 탄핵 혹은 파면 안 된다는 말이 된다.
 
이런 헌재의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용민(검사범죄대응팀)이 헌재의 비상식적 결정에 대해서 강력하게 규탄했다. “헌정사상 첫 검사탄핵 안동완 검사에 대해 헌재가 기각 결정했다”, “‘위법한 공권력 남용이 있었다’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이 이미 났는데, 헌재의 결정은 이런 대법원 판결을 뒤집는 것이어서, 법적, 정치적 큰 문제”, “‘위법행위를 했지만 탄핵할 정도는 아니다’는 헌재의 결정은 앞으로 검사들에게 공권력을 남용해도 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등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어진 질의 답변에서 김용민은 ”헌재가 기각을 했기 때문에 이 사건(안동완 검사 관련)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잘못한 검사들,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법적 조치, 국회의 강력한 견제장치, 탄핵들은 계속 이어나갈 것“, ”숫자 무관하게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따박따박 국회에서 탄핵 추진“, ”헌재는 법률에 대한 해석과 위헌성 여부 판단에서 더 큰 권한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나, 사실관계에 대한 많은 자료와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다”, “대법원이 확정판결해서 검사가 공소권 남용했다라고 했는데, 헌재가 이것을 뒤집은 것이므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힘겨루기로 비치는 모양새가 되어 중요한 사안이다” 등 의견을 개진했다.
 
이 같은 김용민의 발언은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고, 그것은 국회의 역할을 포기하는 수준에 달하는 심각성을 지닌 것이다. 김용민은 헌재의 비상식적 결정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으나, 실은 그런 헌재에 대해 국회 자체가 마땅히 취해야 하는 역할을 중간에서 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김용민은 헌재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은 것을 두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힘겨루기로 비치는 모양새가 되어 중요한 사안이다”고 한 점이다. 이 말을 두고 본다면, 김용민은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반대되는 취지의 결론을 내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기관이 언제나 다 같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의견은 사실관계나 법리를 통해 재조명할 수 있다. 그래서 3심제도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판의 3심제도는 서로 결론을 달리할 수 있으나, 대법원과 헌재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대법원이나 헌재가 모두 잘못된 판결 혹은 결정을 할 수가 있다. 이런 경우 어떻게 그 잘못된 판결, 결정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 착안해야 하는 것이겠다.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아예 일반법원을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기본법(1949.5.8.)이 만들어진 다음, 그에 따라 1951년에 설립된 연방헌법재판소는, 그 주요 목적이 법원의 판결에 대한 감시였으며, 이것은 나치 독재정권 하에서 자행된 사법권력의 일탈에 대한 반성의 일환이었다. 그래서 90% 이상의 업무가 재판소원(잘못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한국 헌재는 재판소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 주요 취지는 권력기관 간 의견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헌법재판소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와는 기능상 완전히 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 헌법재판소가 독일 헌법재판소를 따왔다고들 하는데, 왜 그렇게 무리하게 갖다 붙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독일에서는 헌법재판소는 일반법원을 감시할 뿐 아니라, 연방헌법재판소와 각 주(州, Bund) 헌법재판소 간, 또는 주 헌법재판소 상호간에도 견제와 감시가 이루어진다. 독일 기본법 제100조 제3항에 따르면, “주 헌법재판소가 기본법의 해석에 있어서, 연방헌법재판소나 다른 주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견해를 달리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주 헌법재판소는 연방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심판받을 수 있다.“ 참고로, 독일은 주마다 주 헌법이 따로 있고, 그에 따라 각 주마다 헌법재판소가 따로 있다. 한국의 임명직 헌법재판관 9명이 과두독재하는 그런 체제(시스템)가 아니다.
 
둘째, 김용민은 ”헌재가 기각을 했기 때문에 이 사건(안동완 검사 관련) 자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는 끝났다고 봐야한다“고 지레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이 건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하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이다. 

김용민이 왜 ‘끝났다’고 단정한 것인지, 그 ‘끝’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불명하나,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다. 헌재가 신이 아닌 이상 잘못 판결할 수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그 어디에도 헌재 결정에 대한 불복은 금한다는 규정이 없고, 또 실제로 사유가 있을 때 재심 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니 김용민의 말은 자의적 해석이다. 그 해석은 위 첫 번째에서 언급한바, 권력기관 간 충돌을 중대한 문제라고 보는 김용민식 권위주의적 사고의 한계가 깔려 있다. 헌재와 대립하여 나서는 것이 세인이 보기에 볼썽사납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겉 모양새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타성적 안이함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국회의 태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정작 공권력을 남용하는 검찰이나 헌재보다 더 치명적이다. 공권력의 잘못된 행사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지나칠 일이 아니다. 재발을 방지하는 근원적 대책과 함께, 개별 사건 자체에 대한 잘못도 일말의 흐트러짐 없이 교정, 구제되어야 한다. 

헌재뿐 아니라, 현재 한국의 사법 판결이 전반적으로 비상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래서 OECD 40여 개 국가 가운데 한국 사법신뢰도가 어김없이 꼴찌를 헤매고 있고, 사법피해자가 500-600백만 이상에 달한다는 말이 회자한다. 

이런 현실은 우연한 것이 아니라, 바로 김용민이 대변하는 국회의 직무유기에 기인한 것이다. 잘못된 결정도 한번 내려지면 그걸로 끝이라는 사고방식이 그러하다. 국회를 우습게 알고, 그 탄핵 의결을 짓밟아대는 헌재가 일반 개인은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는 불문가지이다. 

셋째, 김용민 기자회견 발언 자체에서 묻어나오는바, 대책 없는 국회의 무기력이다. 한편으로, 가뜩이나 검사들의 공소권 등 공권력 남용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판에, 이 같은 헌재의 비상식적 결정이 앞으로 검사들의 공권력 남용을 더욱 부추길 위험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그렇지만 22대 국회에서는 잘못을 범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따박따박’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민의 이 같은 발언은 기약 없는 일을 그냥 하는 시늉만 내고 있는 국회의 하릴없음을 적나라하게 노정한다. 국회에서 아무리 ‘따박따박’ 탄핵한다 해도, 헌재가 비상식적으로 결정하면, 이번 안동완 검사의 경우에서 보듯, 아무 소용 없을 전망이다.

그 같은 전망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시화되었다,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판사(사법농단 임성근)를 탄핵했더니, 헌재 왈, 잘못은 있으나 이미 사표를 내버린 상태라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국회의 탄핵을 무효로 만들었다. 또 사상 '처음으로' 장관(행안부 이상민)을 탄핵했더니, 잘못이 있으나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고, 이번 안동완 건도 '처음으로' 검사 탄핵 했더니 여전히 그와 같다. 

김용민이 놓치고 있는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헌재 등 사법권력의 비호하에서만이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이다. 김용민 자신도 실토하듯이, 헌재의 결정이 검사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억제제가 아니라, 오히려 촉진제로 작용한다. 그 촉진제는 안동완 탄핵소추 기각 건 전에 이미 임성근, 이상민 등의 건에 의해 가시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위 기자회견에서 김용민은 탄핵절차 관련하여 입법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헌재가 가지는 한계의 문제는 ‘탄핵절차‘를 손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더 근원적인 것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헌재를 포함하여 한국 사법부의 전반적 일탈로 인해 국민 민초가 겪는 고충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소추를 통해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김용민은 분명 헌재의 결정이 잘못된 것, 상식을 벗어난 것, 그래서 헌재의 헌법재판관이 직권 남용 혹은 직무유기 했다고 판단했으나, 두 가지 측면에서 오류를 범했다. 그 오류는 개인이 아니라 국회 일반의 정서를 노정한다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첫째, 개별 사건 관련하여 잘못된 결정을 바루려는 시도를 아예 포기한 것이다. 국회 측의 이 같은 포기는 헌법재판소의 잘못된 결정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헌재의 잘못된 결정이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부추기듯이, 국회의 이 같은 직무유기가 헌재의 잘못된 결정을 부추긴다. 그래서 모든 일탈, 악의 근원은 검찰, 헌재 이전에 국회로 환원된다.

둘째, 대법원에서 확정판결 난 사실관계까지 여반장으로 뒤집어엎는 이 일탈의 헌재를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거기서 한국 헌재가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서 찾아내야 하는 것이다.

김용민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른바 ‘공정하고 상식적인 대한민국’은 국회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그것은 ‘따박따박’ 검사를 탄핵할 뿐 아니라, 헌재의 입지를 원천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1987년 전두환의 입김이 서린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상투를 잡고 마구잡이로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헌법 제111조(헌법재판소법 제2조), 헌법재판소가 가진 탄핵심판권, 정당해산권 규정을 없애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규정들은 바로 정치의 영역으로서, 헌법수호라는 본래의 영역을 일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것을 닮았다고 소리만 요란한 한국 헌법재판소는 그 기능에서 전혀 독일을 닮지 않았다. 탄핵심판권, 정당해산권 관련해서도 그러하다. 전자 탄핵심판권 관련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부득이 연방대통령에 대해서만 연방하원이나 연방상원이 기본법 또는 기타의 연방법률의 고의적 침해를 이유로 연방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할 수 있다.(독일기본법 제61조) 의회에서 탄핵하는 모든 이들에게 대해 탄핵소추를 무효로 돌리면서, 마구잡이 정계를 휘젓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후자 정당해산권은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기능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정당활동 관련하여, 독일 기본법 제21조 제2항에 ‘위헌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해산’을 직접 언급하고 있지 않다. 실로, 이 조항에 근거하여 주류정치권에서 2차례 정당해산 시도가 있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심판 대상이 되는 정당의 이념과 목표의 위헌성뿐 아니라 그 이념과 목표를 이루려는 정당 활동이 실효적으로 자유민주 질서를 파괴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등 독일은 정당해산 여부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연합뉴스, 2017.1.17.)

올해 9월 개헌설이 나돌면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노리고, 일각에서는 이미 여론 몰이에 들어갔다.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작년 초부터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화두를 던지고, 올해 총선 직후 조국이 받아 다시 군불 지피고, 국힘당 나경원이 다시 4년 중임제를 내걸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회자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여론조사에서 찬성 60%대, 반대 30%대라는 것이다. 

여기에 고약한 여론의 왜곡이 일고 있다. 첫째, 왜 대통령 4년 중임제만 내걸고 여론조사 하나? 번번이 민심을 배반하는 고약한 과두독재 헌법재판소 없애는 데 대한 찬반 여론, 헌법재판소의 일탈을 견제 제어할 수 있는 국만발안제에 대한 국민투표 찬반 여론은 왜 아예 조사 안 하나? 

둘째, 공권력 남용하는 검찰, 사법권력을 마주한 이 중차대한 시점에, 왜 하필이면 대통령 4년 중임제 담론인가? 대통령 5년 단임제 때문에 검찰과 헌재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나? 그래서 대통령 4년 중임제 하면 그 대통령 된 이가 검찰, 헌재의 공권력 남용을 해결해 줄 수 있나?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은 ‘중임해서 안정적으로 무엇을 밀고나가도록’ 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윤석열 정권에서 드러나듯이, 대통령 권한은 가능한 한 독재하지 못 하도록  제한해야 하는 것이지, 거기다 뭐가 나올까 기대하고 중임제 밀어붙이는 거 아니다. 

헌재가 십중팔구 기각시킬 줄 알면서 ‘따박따박’ 검사 탄핵시키겠다고 하는 김용민의 계획은 쓸데없는 줄 알면서 일하는 시늉만 하며 시간 메꾸려는 것 같다. 이것은 마치, 대통령이 독주하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중임제로 하겠다는 것과 같이 핵심을 거스르는 것이다. 

검찰과 헌재의 잘못된 공권력 행사는 중임제 대통령이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5년 임기가 4년으로 바뀐다고 뭐가 달라질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 담론은 당면한 질곡의 타파와는 괴리가 있고, 위정자들의 마음이 민심과는 뚝 떨어져 저 멀리 콩밭에 가 있음을 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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