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1조, 법 앞에 평등한 국민에게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의사 과잉처벌화 경향, 무엇이 문제인가”의 질문은 “의사 과잉진료화 경향, 무엇이 문제인가”로 치환되어야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은 것 아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의사들의 과잉진료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에 의해 과잉진료, 대리수술의 폐해 등은 더욱 가중될 전망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책임보험제도 마련하는 대신 의료인 형사특례 실시한다고 하는 나라가 세상에 없다
헌법 제11조, 법 앞에 평등한 국민에게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의사 과잉처벌화 경향, 무엇이 문제인가”의 질문은 “의사 과잉진료화 경향, 무엇이 문제인가”로 치환되어야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같은 것 아니다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의사들의 과잉진료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에 의해 과잉진료, 대리수술의 폐해 등은 더욱 가중될 전망
이명박 정부 하에서 만들어진 '의료중재원'은 결국 의사들의 책임회피용
보건복지부가 오늘(2.1일) 필수의료 분야에 의료진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종합정책(정책 패키지)을 발표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레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위해, 한편으로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 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건복지부의 의료인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은 그 자체로서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게 될 여지를 안고 있다. 두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의료인 형사특례법 추진 목적은, “의료진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하고”, “생명과 직결된 수술이 많은 필수의료 분야에 법적 책임 부담을 덜어 의료 인력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것이다. 둘째, “피해자 권리 구제 강화” 관련하여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중재에 참여를 거부한 의료인은 형사처벌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 것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된 현행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조정·중재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위 첫째, 의료인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형사특례법 추진을 통해서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 아니며, 의료인 형사특례는 환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음이 명확관화하다. 더구나 ‘필수의료분야로의 인력 유입확대’는 형사특례법 추진이 아니라, 의과대학 증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의료인 증원은 꽉 막고 있으면서, 형사특례를 통해서 인력을 유입한다? 형사특례와 인력 유입은 서로 맞물리는 개념이 아니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사고에 대한 과도한 형벌화 경향을 지적하고, 필수의료 회생을 위한 핵심과제, 안정적인 미래의료 체계를 위한 열쇠로 의사 사법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해 왔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한민국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는 연평균 754.8명 수준으로, 근무 일수 기준으로 매일 3명의 의사가 의료과오를 이유로 검찰의 기소장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사 기소 건수는 영국의 580.6배에 이른다고 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형사처벌을 받는 비율도 높다. 지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형사재판을 받은 의료인은 354명이며, 이 중 25%가 금고형 이상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의협신문, 2024.1.25.)
그러나 보험제도만 확실하게 확립되면, 의료인 형사특례법 없이도 법적 소송은 줄어들고, 의사들은 환자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 벗어나서 쾌적한 진료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의협신문>에서도 인정하듯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에 대한 형사고소는 피해를 입었다거나 합리적 배상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민사적 배상을 얻고자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의료분쟁 해결을 위해 마련된 현행 제도가 불완전하다는 현상을 반증한다.
의료인 책임보험을 통해 피해 환자 측에 적정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면, 형사소송 건수도 자연히 줄어들고, 또 보험회사가 나서서 환자를 상대로 거래할 것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할 필요도 없게 된다. 그러면 의사는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의료사고 형사특례법’ 운운할 것이 아니다.
<의협신문>에서는 “안정적인 미래의료를 위해, 의료행위 중 생긴 과오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배상이나 보상을 통해 환자를 피해에서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지, 의사의 죄를 묻고 구속하고 형사처벌할 일이 아니다”고 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미래의료 체계를 위한 열쇠”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를 통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의 법적 부담의 완화를 위해 특혜법(의료사고 형사특례법) 운운 하는 것은 위헌이다. 의료인 형사특례법은 법 앞에 평등한 국민에게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조의 규정을 위배하기 때문이다.
또 박만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에 따르면, 의료인 형사특례법이 “모든 의료사고에 다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필수의료 중심으로 일정한 요건과 범위 내에서 사고가 벌어졌을 때 형사기소를 면제하는 게 특례법의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정한 요건과 범위”라는 것이 불확실하고, 또 특례법이 시행되면, 관례상 모든 의료사고로 확대될 염려도 없지 않다.
보건복지부에서, 한편에 의료인 책임보험 제도를 확립하는 것, 다른 한편에 법적 책임부담을 완화하는 것을 마치 한쌍의 교환거래로 제시하는 것 자체가 숨은 저의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임보험 제도의 확립보다 의료인 형사특례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그동안 의료계가 보여온 입장과 주장들을 보면 그 같은 결론이 가능하다. 책임보험은 돈이 들어가니 미적거리면서, 의료인 형사특례법을 줄곧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의사회 가입 시 의료배상 책임보험에 자동 가입하고 회비에 보험료를 포함하고 있다. 독일은 민간보험 배상책임제를 운영하고 있으나 의원급 의사 가입은 의무이며, 이를 위해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에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한다고 한다.
반면, 현재 한국에서는 일부 민간보험을 통해 의료사고 배상 공제에 가입하고 있을 뿐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3월 기준 의원급 34%, 병원급 19%만 공제에 가입했다. 그러나,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책임보험 가입은 앞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하면서, ‘의료사고 형사특례법’ 제정은, 대한의사협회장 이필수의 다짐에 따르면, 이번(정권 하)에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의협신문, 2024.1.25.)
<의협신문>에 따르면, 40년도 더 지난 1981년 1월 8일, 한밤중에 내원했던 응급환자 사망사건으로 의료소송에 시달리던 32세 여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당시 내무부장관 명의로 나온 담화문에서는 "선량한 의료인은 법으로 보호하며, 의료사고 보상을 빙자로 한 폭력행위 등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의협신문, 2024.1.25)
여기서 “'선량한 의료인'은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했으나, 의료인은 선량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선량한 의료인”이란 명제가 반드시 성립한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오늘 한국에서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과잉진료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또 공지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심지어 의사가 아닌 병원 관계자가 수술을 대리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회자한다. 대리수술은 의사가 책임을 방기했거나 업무의 폭주로 인력 공백이 생긴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마당에도 의료계에서는 의사 정원 늘리기를 극도로 기피한다. 그렇다면, “선량한 의료인”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사의 범법, 월권에 대한 감시 체계 더 철저하게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겠다.
현재 한국 의료계는 과잉진료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는 의사, 혹은 의원 측이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보는 데 기인한다. 필요 없는 수술을 하다가 사람이 죽는 경우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의협신문>에서는 의료행위가 “본질적으로 질병과 죽음을 극복하고자 하는 선한 의도”로 이루어진다 하고 있으나, 그것은 당위를 말하는 것일 뿐,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그래서, <의협신문>에서 제기한 “의사 과잉처벌화 경향,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질문은 “의사 과잉진료화 경향, 무엇이 문제인가”로 치환되어야 한다.
위 둘째, 보건복지부에서는 “피해자 권리 구제도 강화” 관련하여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중재에 참여를 거부한 의료인은 형사처벌 특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했으나,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상 조정·중재” 제도 자체가 원천적으로 환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 점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의료중재원(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2012.4월 출범)이 만들어졌고, 거의 유일하게 여기서 의료사고를 중재, 조정한다. 독일과 달리 의사들이 카르텔을 맺어 의료정보를 은폐하는 한국에서 환자 측이 의료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바로 이곳이라 할 수 있다. 의료중재원은 서울에 딱 한 군데 있고, 각 지역에 지원도 없다.
한 군데밖에 없는 의료중재원은 당연히 그 독점적 지위에 편승하여 환자 측보다 의사 측에 유리한 로비의 창구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회자한다. 의사들이 똘똘 카르텔을 맺어 의료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문지식 없는 환자측에 의사의 과실을 입증(과실주의)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므로, <의료중재원>은 달리 갈 데가 마땅찮은 환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여기서 딱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환자와 의사 간 분쟁을 조정 혹은 중재한다는 명분으로 <의료중재원>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의사들에게 입증책임(무과실주의: 과실이 없었음을 진료한 의사가 증명)을 전환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무산시키는 대체재로 기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의사들에게 입증책임을 지우는 것과 의료중재원을 설립 하는 것은 등가의 사안이 아니다. 전자의 입증책임은 의사들 개개인에게 책임이 돌아가지만, 관료적 기구로서 의료중재원은 개개 의사들이 입증책임 부담을 덜고, 제3의 기관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유일무이한 독점적 기관으로서의 <의료중재원>은 당연히 의사들 측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보를 얻을 데가 달리 없는 개개 환자들은 그만큼 불리한 처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의료중재원>이 내미는 중재 혹은 조정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 형편에 처해 있다.
한편, <의협신문>은 “왜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인가”라는 질문을 내걸고, 이것을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과 연계시킨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운전자의 보험가입을 조건으로 형사면책을 인정함으로써 운전자의 보험가입을 유도하고 교통사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사회적 분쟁비용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의료사고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 형사소추의 특례를 주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운전자에 일방적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가 아닌 것처럼, ‘의료사고 형사특례법’ 또한 의료인에게 일방적으로 특혜를 주는 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사고와 교통사고는 그 성격이 전혀 같지 않다. 교통사고는 불시에 발생하고 그 과실도 쌍방의 행위가 교차하는 것으로서 모두의 과실로 귀결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의료사고는 그렇지 않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진료행위는 전적으로 일방적인 데다, 또 주지하듯이, 돈에 연루된 과잉진료, 대리수술 등, ‘선량한 의료인’으로만 의제할 수 없는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있으니, 의료인에게도 의료사고 특례법을 인정하라는 요구는 당치 않은 것이다.
‘선량’하기는 커녕, 오히려 의료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의사가 한국에는 없다고 단언하지 못 한다. 과잉진료, 의사 수 증원 반대(18년째 의대 정원 수가 묶여 있다) 등의 현실이 그런 사실을 반증한다.
그뿐 아니다. 한국 의사들이 입증책임을 환자에게 돌리는 것도 무책임하다. 진료 의사가 그 근거를 대야 하는 것임에도, 의사가 입 꾹 다물고 앉아서 환자에게 과실의 근거를 대라고 하는 것이 그러하다. 아니다. 환자측이 이의 제기하면 전문가인 의사가 가부간에 증거를 대야 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환자에게 지우는 입증책임은 진료한 의사에게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국 의사들은 카르텔을 이루고 정보를 은폐하고, 다른 의사의 진료에 대해서 소견 내는 것을 금기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를 보고 이의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라고 하는 것이다. 반면, 독일에서는 모든 의사가 환자의 질문에 대해 누구나 대답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진솔하게 대답해야 하고, 그 의무를 회피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의사의 대답은 공익으로 간주되어 무료로 제공된다.
이렇듯, 사면초가의 불리한 입장에 있는 환자를 두고 한국의 의사들은 다시 ‘의료사고 형사특례법’ 운운하며 형사책임까지 면피하려 하고 있다.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이 통과된다면, 의사들은 겁 없이 과잉진료하고, 대리수술하며, 과중한 업무에 환자를 홀대하는 처지에서도, 의사 수 증원은 반대하는 몰염치를 범할 위험성이 있다. 상호 경쟁에 의해 소득이 줄어들까 염려하는 것이다. 의사들을 결코 ‘선량’한 이로만 간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이 아까워 의사들이 책임보험은 못 들고, 의료정보는 다소간 은폐하며, 환자의 건강보다 이익을 좇아 과잉진료, 대리수술하는 상황에서, 환자가 겪게 되는 불이익은, ‘의료사고 형사특례법’이 제정된다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