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언론사 간부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국 방문 의사를 밝혔다고 20일자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번에는 내가 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기시다가 한국에 오게 되면, 지난 3월 6일 밝힌 것보다 좀더 성의 있는 발언을 내놓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전범기업에 대한 책임 추궁을 않겠다고 선언한 그날,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월에 발표한 일한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발언했다.
그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했다.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시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뿐 아니라 ‘강제징용이나 종군위안부 같은 용어는 강제성이 함축돼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2021년 4월 27일자 스가 요시히데 내각의 역사인식 결정까지 포함해서 계승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기시다가 한국에 오게 되면 이 발언보다 성의 있는 것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기시다는 윤석열의 굴욕외교 덕분에 겨우겨우 회복 중인 지지율을 도로 잃을 수도 있다. 하반기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다시 치를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한국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에게 불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시다는 강제징용(강제동원)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는 대신, 모종의 성과를 얻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문제와 관련해 얻어갈 수 있는 성과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문제를 자국에 유리하게 바꾸거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의 특별법 입법을 자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등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기시다가 오기 전에 윤 정권이 또 한번 굴욕 외교를 강행할 가능성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