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대한 책에서 이런 글귀가 마음에 닿았습니다.
“여행은 본질로의 회귀이니, 자주 떠나라! 장소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기 위해 떠나라.”
새벽에 잠을 깨우는 핸드폰의 알람음을 시작해서 우리는 바쁜 일과를 시작합니다. ….. 아침부터 분주하게 아이들 도시락을 챙기고 먹고 일터에 갑니다. 도착하면 이메일을 열어서 클라이언트나 동료들의 요구를 확인하고 그것에 반응하고 학교의 행정 일을 처리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면 약속한 사람들과 연락하고 그들에게 동기 부여를 합니다. 그렇게 열심을 다해 맡은 일을 하고 또 관계의 얽힌 다양한 사건들을 듣고 나면 점심은 언제 지나갔는지 벌써 어느덧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됩니다.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에게 간단한 일들을 지시한 후 사무실에서 하던 일을 조금 더 합니다. 가끔은 머리가 아플 정도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또 들어줍니다. 사람들이 좋아졌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뿌듯함과 삶의 감격을 느낍니다. 그리고는 몸과 마음이 얼마나 지쳐 있는 지는 잊어버립니다. 저녁이 되면 몸은 지쳤지만 머리는 여전히 활동합니다. 손에서 핸드폰은 계속 울려댑니다. 일과를 끝내고 침대에 눕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합니다. 걱정 근심의 일들뿐 아니라 해야 하는 일들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머리가 복잡한 생각들이 잠을 설치게 하고 과도한 각성 가운데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바쁜 삶을 쉬지 않고 계속하게 되면 사람들은 ‘탈진’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더 이상 사용할 에너지가 없이 고갈된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불면증 진단을 받게 되고 어떤 분은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고 어떤 분은 건강에 문제가 생겨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질병으로 진단이 내려지기 전에 정기적인 쉼과 변화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여행이 필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속되는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와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있게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여행이 중요하다라기 보다 여행이 우리에게 공급하는 ‘생각을 내려 놓고 쉼을 얻고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사람들은 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합니다. 내담자 몇 분 중에 정말 쉼이 필요한 분들이 있어서 여행을 권면한 적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면서도 막상 그들이 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은 재정적인 어려움 보다는 마음의 생각들이 자신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떠난다고 나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면 아이들은 누가 돌봐 주지? 아이들을 돌봐줄 좋은 배우자가 있는 분들이 있는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그리고 여행을 떠나는데 사용하는 경비를 더 좋은 곳에 써야 하지 않을까? 혹, 여행을 떠났을 때 증세가 더 나빠지면 어떡하지? 낯선 곳에 간다고 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할 거야!“ 라는 등의 생각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고 똑같은 스트레스를 주는 해로운 감정과 바쁜 일 가운데 여전히 머물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게 되면 새로운 사고의 프레임을 갖게 됩니다. 그것의 예로, 주방에서 일을 하다가 필요한 물건이 생각이 나서 욕실에 갔는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필요한지를 잊어버리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욕실에서 그리고 나서 다시 주방으로 돌아오면 ‘아, 내가 싱크대를 청소하려고 치약을 가지고 오려고 했었지.’ 라고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경우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때로 환경을 바꾸어주는 여행과 같은 변화는 사고의 프레임을 전환시키고 삶을 변화시키는 좋은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 호주에 사시던 분들은 고국을 잠시 다녀오는 것 만으로도 정서적인 회복을 경험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내가 지쳐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독에 구멍이 난 줄 알면서도 물을 자꾸 붓는 것과 비슷합니다. 몸과 마음은 신호를 자꾸 보내는데 그것에 응답하기 보다는 자꾸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어 보자’ 고 하면서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때 결국 파괴적인 결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자신이 속한 삶의 터전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가까운 곳이라도 하루 날을 정해서 일상을 벗어나는 일들을 정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가 아는 분은 근심이 있을 때 마다 등산을 한다고 합니다. 산을 오를 때 마음 가득 근심을 가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에는 어느새 그 근심을 하나님께 맡기고 때로는 근심의 답을 찾아서 산을 내려오게 된다고 합니다.
남은 인생의 여정을 다시 잘 헤쳐 나가기 위해 현재의 나는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쉼을 얻고 생각을 바꾸고 삶을 바꾸는 변화를 시도하는 건강함이 있으시길 축복합니다. / 호주기독교대학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