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대안교육에 앞장서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1)
청각장애인 대안교육에 앞장서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1)
  • 박인재 기자
  • 승인 2022.02.2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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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내에 소재한 대안교육기관들이 신청한 106억원의 예산 중 40억원을 삭감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반발해 대안교육기관들이 연대한 '서울지역대안교육기관협의회'는 서울시청 앞에서 입장문을 낭독했다.

 그리고 세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해결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 때 '서울지역대안교육기관협의회'의 일원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입장문을 낭독했던 한 대안학교가 있다.

 바로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작년 연말,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약칭 소보사)의 김주희 선생님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를 통해 대안교육 중 장애인 대안교육에 대한 현실, 더 나아가 대한민국 장애인 교육복지 현장에 대한 현실을 들어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인터뷰 내용을 가감없이 그대로 옮겨 싣는다. 구어체로 대화를 했기에 문어체로 옮기면서 일부 부자연스러운 표현은 문어체료 수정, 교정했음을 밝힌다.

 (기자의 질문은 '문', 그에 대한 김주희 선생님의 답은 '답'으로 표시)

 

 문 : 학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답 : 저는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대안학교 김주희 대표교사입니다. 저희 학교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아동과 농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에요.

 

 문 : 이 학교는 언제 세워졌고 어떤 친구들이 다니고 있나요?

 답 : 저희 단체는 2006년에 시작했고요. 2006년부터 2016년까지는 작은 공부방, 야학 같은 형태로 운영이 됐었어요. 낮에는 본인들이 다니는 학교(혹은 특수학교)를 다니고 저녁 때 와서 소보사에서 공부를 했죠. 그러다가 아이들이 낮에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사실 많이 어려웠고 학교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수어를 유창하게 쓰시지 않다보니 수어만 쓰는 아이들, , 입 모양을 잘 읽지 못하거나 또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농아동, 농학생 같은 경우는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거에요. 그러니 아이들이 대낮에는 학교에서 내내 자고 있다가 저녁 때 소보사 와서만 반짝거리니까 그 시간이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소보사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던 선생님들이 고민하다가 2017년에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가 학교로는 5(2021년 기준), 단체로는 15년이 됐죠. 그래서 저희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있는데 제일 어린 아이가 4살 농아동이 있고, 제일 큰 아이가 16살 중3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그렇게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있고 아이들은 수어를 제 1언어로 쓰고 있죠.

 

 : 공교육의 영역에서 농아동, 농학생들이 학교에서의 학습이 어려운 문제점이 뭐라고 보시나요?

 답 : 일단 사실은 한 교사의 문제나 역량으로 오해되면 안되는 문제이긴 해요. 왜냐면 최근에 교육부가 조사한 바로는 전국에 있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에 계신 선생님 중에 수어통역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3%에 불과해요. 물론 교사 자격증이 있으니까 수어통역사 자격증이 없어도 되죠. 그런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냐면 수어통역사만큼 유창하게 수어를 쓸 수 있는 교사가 전국에 3%밖에 안 된다는 거에요.

 그렇다면 나머지 분들은 (수어통역사)자격증은 없지만 수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가? 그런데 그렇게 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죠. 왜냐면 특수학교 선생님들은 임용고사를 보시는데 임용고사를 보시기 전에 학부과정을 4년간 공부하시잖아요. 그런데 특수교육학과 4년 동안 청각장애 아동, 청소년들에 관련된 학습들을 배울텐데 이 커리큘럼 자체가 4년 내에 여러 장애를 두루두루 다 배워요. 그 중에 청각장에에 관련된 과목 자체가 몇 개 안되겠죠. 그런데 몇 개 안되는 그 과목 중에 수어를 사용하는 교수법에 대한, 혹은 수어를 사용하는 농학생에 대한 이해에 대한 교과가 없어요. 그리고 수어가 전공교과목도 아니에요. 그리고 교양(과목)으로도 없는 학교가 더 많아요. 그건 뭐냐면 4년 동안 수어 안 배우고 임용고시를 통과 했을 때, 임용(고시 통과 후) 그 교사가 원하는 학교로 보내주는 것도 아니고 예를 들면 저는 청각장애 학생이 있는 학교로 가고 싶어요아니면, “저는 발달장애 아이들 쪽으로 가고 싶어요” 가 아니고 그냥 뺑뺑이에요. 그러면 전혀 수어도 관심 없고 학교에서도 배운 적도 없었던 사람이 농학교에 갈수 있는 시스템, 구조인거죠. 아주 심각한 문제죠.

 특수교사 중에 농인인 선생님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아는 분 중에는 구화도 하실 수 있는 선생님이셨는데 본인이 청각장애인이었는데도 청각장애인 학교에 안 가고 시각장애인 학교에 배정이 된 거에요. 이른바 뺑뺑이다 보니 그런 일도 생긴다는 거죠. 그렇다보니 청각장애인 학교에 계시 선생님들이 수화를 사용하는 농학생, 그리고 수어를 사용하는 교수법에 전문성을 가지기 어려운 구조라는거죠.

 두 번째는 전체적인 대한민국의 인식이 장애인은 꼭 극복해야 한다라는 생각들이 있잖아요? 그러니 어떻게든 청각장애를 극복해서 더 잘 듣고 더 잘 말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다 보니까 학교가 뭔가 배움을 위한 곳이라기 보다는 치료에 집중하게 되요.

 

 문 : 치료와 재활에 집중하게 되고,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보다 그것을 극복하게 해주고 사회에 통합하게 하는, , “너는 이것을 이기고 비장애인처럼 돼야 해라는 거죠?

 답 : , 그렇게 요구받는 거죠. 물론 그런게 필요하고 효과적인 아이들이 있으나 모든 농학생, 모든 농아동들이 다 인공와우 수술이 잘 되고, 보청기를 다 끼고 소리를 잘 듣고, 구화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한국에는 한국수화 언어법이 있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있잖아요? 한국수화 언어법에 의하면 한국어와 한국수화는 동등한 언어이기 때문에 내가 농인으로서 그것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언어로 성장할 수 있는 그것이 보장되어 있어요.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으면 예를 들면 농아인 아기가 태어났을 때 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수어로 배우고, 수어로 놀고 성장해서 그렇게 수어로 초중고 시절을 보낼 수 있는 공적인 교육 틀이 잡혀있어야 하는데 전국에 농아동을 위한 어린이집이 한 군데도 없고요. 농아동들이 수어로 성장하는 유치원, 초중고가 없다는 거에요. 왜냐면 아까 이야기한 공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가 대부분 다 구화를 쓰는 아이들, 그리고 소리를 듣는 아이들 위주로 수업들이 세팅되거나 혹은 아예 중복, 청각과 다른 장애를 중복으로 가진 아이들로 수업이 세팅되니까 수어만을 사용해서 공부를 하고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따로 무언가를 해얗는 구조가 안 나오는 거에요. 그러니까 늘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거죠. 그래서 그런 배경에서 소보사 대안학교가 생긴 거에요.

 

 문 : 그러면 이제 이 대안학교를 통해서 우리나라 공식 국어로 인정이 된 한국수어를 가지고 이 곳에서 전적인 수어를 가지고 공부를 한다, 이것이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 소보사의 기본적인 틀이다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러면 이 소보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나요?

 답 : 1도 안받고 있죠.

 문 : 그러면 어떻게 재정을 운영하나요?

 답 : 일단은 저희뿐만 아니라 모든 대안학교가 사실 정부의 지원 밖에 있죠. 학교 밖 청소년이라 불리지만 저희는 뭐 배움에 학교 밖과 안이 있냐 이렇게 주장하는 입장인데 어쨌든 그러다 보니 교육세를 실제로 부모님들이 다 낼텐데 거기서 들어오는 혜택을 아이들이 사실 다 받고 있는건 아니고 소보사는 재정적으로 어떻게 운영이 되냐면 사실 모든 대안학교처럼 아이들이 내는 학비가 있는데 보통 대안학교는 월 교육비 보다는 처음 입학할 때 내는 입학금 이라던가 학교에 내는 후원금이나 기부금으로 목돈을 마련하고 학교 공간이나 교사들 인건비를 그렇게 해결해요. 그래서 오롯이 다 학생들 부담이 되는거죠. 그런데 소보사는 학교의 특성이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학교 문턱을 높여 놓으면 어떤 부모님이 우리 아이를 수어로 가르치겠다라고 용기 내고 결단할 수 있겠어요? 그냥 수어가 없어도 일반 특수학교에 보내버리겠죠.

 그런데 저희는 사실 부모님들을 설득하고 우리 아이가 수어로 성장할 수 있다, 수어로 공부해도 충분히 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이런 얘기를 하고 그런 운동성을 가진 학교이기 때문에 문턱을 낮출 수 밖에 없는거에요. 그러니 아이들한테 받는 돈은 작을 수 밖에 없고, 뭐 기부금, 입학금은 하나도 받지 않고 예를 들면 누가 들어왔지만 그 가정이 조금 어려우면 돈을 받을 수 없고 이러니 학교는 운영해야 하는데 아이들로부터 받는 돈은 적으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잖아요. 아이들 밥은 안 먹일 수 없고, 공부하기 위한 책 안 살 수 없고, 필요한 기자재 당연히 구입해야 하는데 줄여야 하는 돈은 꼭 있어야 하니 결국엔 그 돈이 인건비가 되는거죠.

 - 2부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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