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정규 예배 외 모임·행사·식사 금지에 대해 반발
교회 내 소규모 모임, 식사 등에서 감염 확산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방역당국에서 교회당 내 준칙을 강화하자 교계가 4인4색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수기독교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고, 진보단체는 발표를 유보하며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중도단체는 형평성을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본부장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7월 8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중앙 부처들 및 17개 시·도 대표들과 방역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 결과, "교회 시설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하지는 않아 정규 예배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되, 교회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모임·행사 등에 대한 방역 수칙 준수를 의무화한다."며 "핵심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교회 관계자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총연합(공동대표회장 김태영ㆍ류정호ㆍ문수석 목사, 이하 한교총),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이하 한교연), 미래목회포럼(대표 고명진 목사, 이사장 오정호 목사), 한국기독교시민총연합(CCA) 등이 즉각 규탄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또한 보수단체들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방역당국 새 준칙에 반발, 규탄하며 취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다.
반면에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 이하 교회협)는 침묵하고 있다. 즉 방역당국 준칙에 동의하는 의사표현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교총은 "이미 한교총과 교회협이 공동으로 교회내 소모임과 여름 교육행사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한 상황에서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로 심히 유감"이라며 "중대본은 현재의 방역단계에서 ‘모임이 문제가 아니라, 참여자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교연은 "지금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일부 교회뿐 아니라 사찰 성당 등 여타 종교시설을 통해 확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 대상을 '교회'라고 특정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미래목회포럼은 "코로나19의 펜데믹 현상이 사그라들지 않는 상황에서, 오히려 방역에 더욱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사회적 책임에 다해야 함에도 일부교회에서 방역 망이 뚫리는 모습을 보여 송구스러울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회는 그 어느 단체보다 가장 모범적인 방역을 실시했고, 온라인주일예배로 전환하면서까지 정부의 방침에 선제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정 총리와 정부가 교회가 마치 전염병의 온상이 된 것처럼 치부하는 것을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교계가 보수ㆍ중도ㆍ진보단체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이유는 한국교회가 여러 연합단체로 분열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독교계의 다른 목소리가 방역당국에 어떻게 들릴 것이며, 어떠한 답변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각 단체별 성명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교총 성명서>
“문제는 작은 모임이 아니라, 참여자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이다.”
<중대본의 교회 소모임 제한에 대한 한교총 논평>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가 7월 8일에 발표한 교회내 소모임 금지 및 단체식사 금지 의무화 조치는 그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반하는 것으로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서 교회의 모든 예배는 방역준칙을 지키는 선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이미 한교총과 교회협(NCCK)이 공동으로 교회내 소모임과 여름 교육행사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한 상황에서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로 심히 유감이다.
중대본은 “소모임을 통한 집단감염이 수도권과 호남권 등에서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 그 원인으로 교회의 소모임을 지목하였다. 그러나 교회의 소모임은 그 안에서 확진자가 자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무증상) 확진자가 들어와 발생하였다. 일반 모임이 대부분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교회의 소모임만을 감염의 온상이 된 것처럼 지목한 것은 확인과 수치화가 쉬운 점을 악용해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10% 이상의 감염원을 모르는 소위 깜깜이 확진자를 양산해온 방역당국의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교인들이 식당이나 카페에서 모임을 갖고 함께 식사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도 교회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을 처벌하겠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 결국, 교회의 작은 모임을 교회당 아닌 카페나 식당으로 가서 하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지금 중대본은 현재의 방역단계에서 ‘모임이 문제가 아니라, 참여자의 방역지침 준수 여부’임을 간과하고 있다. 중대본은 이번 조치를 즉시 철회하고, 자발적인 방역지침 준수 방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2020년 7월 8일
한국교회총연합
공동대표회장 김태영ㆍ류정호ㆍ문수석 목사
<한교연 성명서>
"정총리는 한국교회를 코로나19 가해자로 인식하는가"
정세균 국무총리가 오늘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교회의 정규예배 이외의 각종 모임과 행사, 식사 제공 등이 금지되고 출입명부 관리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정총리가 방역에 취약한 모임과 집회에 대해 총리로서 국민안전을 위해 제한 조치를 발표할 수는 있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대상을 '교회'라고 특정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
이는 그동안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코로나19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애써온 한국교회의 의지와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며, 한국교회 전체를 싸잡아 감염병 전파의 온상으로 지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에 그논리를 결코 수용할 수 없다.
아다시피 지금 코로나19 집단감염은 일부 교회뿐 아니라 사찰 성당 등 여타 종교시설을 통해 확산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정 총리가 교회를 콕찝어 문제시 한 것에 대해 우리는 총리의 현실 인식에 대한 편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며 그런 잘못된 인식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없다.
더구나 핵심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교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한 것은 한국교회에 대한 협조 요청이 아니라 사실상의 위협과 강제적 겁박의 수준이 아닌가.
우리는 정부가 중국 우한발 코로나 감염증의 피해자인 국민들 사이에서 기독교 교회 공동체 전체를 마치 가해자인양 인식토록 강요하는 정부의 위험천만 하고도 편향적인 조치가 앞으로 국민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종교에 대한 과도한 억압과 탄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심각히 우려하여 총리의 해당 발언에 대한 철회와 해명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20.7.8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미래목회포럼 성명서>
국무총리와 중대본의 행정조치를 강력 규탄한다!
7월 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에서 ‘교회, 정규예배 이외의 각종 모임과 행사, 식사 제공 등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예배 시에도 찬송가와 통성기도를 지양하라고 했다. 물론 정 총리의 발표가 예배를 금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펜데믹 현상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방역에 더욱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함에도 일부 교회에서 방역 망이 뚫림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이번 발표는 오해의 여지를 넘어 대단히 우려할 상황이다.
아울러 현 정부의 청년실업 정책의 실패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돌리기 위한 불순한 동기가 있는 것은 아닌가? 또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과를 위해 교회에 먼저 재갈을 물리려는 것은 아닌가?
따라서 미래목회포럼(대표 고명진 목사, 이사장 오정호 목사)은 정부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하나. 교회는 결코 코로나19의 가해자도, 감염의 전파자도 아니다.
지금까지 교회는 그 어느 단체보다 가장 모범적인 방역을 실시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가 요구될 때,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면서까지 정부의 방침에 선제적인 태도를 취했다. 성도들의 개인위생은 물론이고, 교회의 방역에 있어서도 많은 재정과 인력을 동원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해왔다. 전체 확진자 중 교회로 인해 감염된 수가 얼마나 되는가? 교회는 가장 모범적인 방역을 실시해 왔음을 자부한다. 정 총리와 정부는 교회가 마치 전염병의 온상이 된 것처럼 치부하는 것을 즉각 사과해야 한다.
둘. 정부는 종교편향적인 태도를 즉각 시정하라.
국가의 역할은 통합과 협력이어야 한다. 국가는 종교들 사이에서도 균형을 유지시켜야 하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편향적인 태도가 없도록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결코 종교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정 총리의 발표 후에 있었던 정은경 중대본부장의 발표(‘필요하면 성당과 사찰로 확대 할 것’)는 충분히 오해받을 만한 발표였다. 정부는 코로나19가 사찰과 성당 등 여타 종교 시설을 통해서도 확산되고 있음을 왜 묵과하는가?
셋. 교회는 계속해서 국가의 협력 파트너로 있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국가적 위기의 때마다 고통을 분담하며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주도적으로 감당해 왔다. 특별히 우리나라 사회복지 분야의 70% 이상을 책임지며 사랑실천의 최전방에서 국가의 협력자 역할을 톡톡히 감당해 왔다. 그 덕분에 교회는 국가의 협력 파트너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교회를 마치 전염병의 진원지인 것처럼 곡해하는 정부의 태도는 신뢰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다. 더욱이 방역수칙을 위반할 경우, 교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참여자에게도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은 교회와의 협력 관계를 깨고 위협하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이번 코로나19의 고통은 전 국민이 하나 되어 극복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듯, 교회 역시 정부와 협력하여 방역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정부의 사과가 선제되어야 한다. 교회를 탄압의 대상이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인정할 때, 코로나19는 반드시 조기 종식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와 함께 손을 붙잡을 것인지, 협력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정부의 선택을 주목하겠다!
2020년 7월 9일
대표 고명진 목사, 이사장 오정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