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섭리 믿으며 불안감 해소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는 총 1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중국에서 생활하던 교민들은 국내로 이송돼 격리된 상태이다. 교회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확진자가 다년 간 곳으로 판명된 서울의 한 교회는 결국 주일예배를 취소하고 각 가정에서 모여 예배하는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교계는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고 교회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희망과 위로의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위로의 소식 통해 불안감 막아야
역사를 보면 전염병의 확산은 불안과 공포와 혐오를 불러일으켰다. 대표적인 것인 14세기 유럽 전체 인구의 1/3을 희생시킨 흑사병이다. 이 병의 확산으로 유라시아 대륙에서 최소 7500만, 최고 2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었다. 흑사병 병원균에 관한 많은 이설이 있었으나 2010년-2011년 남유럽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DNA 분석 결과 페스트의 병원균인 페스트균이 병원균으로 밝혀졌다. 당시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왜 생기는지는 몰랐기 때문에 거지,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 등이 흑사병을 몰고 다니는 자들로 몰려서 집단폭력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현재 확산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는 과거 14세기 유럽에서와 유사하게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일부 지역에서 수용격리시설을 반대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행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잘 해결됐지만 갈등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다. 여기에 확인되지 않는 여러 가짜뉴스들이 유포돼 불안감을 더욱 확신시키고 있다. 이럴수록 교회는 불안이나 혐오가 아닌 소망과 위로의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서 지형은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는 목회서신을 통해 하나님의 뜻에 대한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을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지목사는 “이번 감염증을 두고 페이스북 등에서 하나님의 심판 운운 하는 글도 있다. 중국 당국이 선교사들을 추방하며 기독교를 박해하는 것에 대한 하나님의 형벌이라는 인식이다”며, “중국이 기독교를 박해하는 것은 우리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상황을 하나님의 형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으로 보면 어떤 개별 사건, 특히 부정적인 사건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해석하면서 남을 정죄하는 것은 언제나 기독교 선교를 가로막았다”고도 덧붙였다.
재앙의 때에 위로와 소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임을 한국교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 복음주의윤리학회 총무 박성철박사는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도 밤잠을 설쳐가며 사투를 벌이는 많은 분들이 있다. 중국에 대한 심판을 운운하는 것은 이러한 노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럴수록 교회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소망과 불안 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신학적 해석
한국창조신학회 조덕영박사는 이번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원으로 규정된 박쥐에 대한 성경적 해석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조박사는 레위기 11:19에 박쥐 등과 같은 생물들은 먹지 말라 규정한 본문에 주목했다. 그는 “400여 년 애굽에서 살던 이스라엘 민족은 여호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모세의 주도 아래 출애굽을 감행한다. 이들은 광야에서만 40년을 유랑한 후 가나안으로 입성했는데, 이들 공동체에 섭생은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며, “만일 특정한 전염병이나 식중독이나 바이러스가 공동체에 침투하여 창궐한다면 민족이 궤멸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야 선지자도 박쥐에게 은 우상, 금 우상을 던지라하여 박쥐를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할 생물로 취급하고, 예레미야 선지자도 ‘박쥐 우상’을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렇게 창조주 하나님의 계시규례에 따라 박쥐 식용을 멀리하여 공동체의 집단발병을 막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문화신학연구소 김상원박사는 예방과 차분한 대처를 주문했다. 김박사는 “창세기에 니오는 창조명령에 따라 인간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번성했다. 특히 교통과 기술의 발달로 전 지구에 흩어져 있는 인간이 서로 접촉을 갖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강력한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은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 됐다. 과거의 흑사병에서 최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까지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인간의 기술력이 상승할수록 돌연변이는 계속 나오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며, 인간에게는 숙명과도 같다”며, “결국 예방이 중요하고 또 재앙이 발생하면 성숙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함께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박사는 “변종 바이러스의 발생은 막지 못해도 지나친 불안감과 이기심은 막을 수 있다. 재앙이 발생했을 때 나만 살겠다는 이기주의는 재앙을 더 확산시킬 뿐이다”며, “무엇보다 교회는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를 믿으며 사회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고 전했다.
차분한 각 교회의 대응
많은 교인들이 모이는 대형교회는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사랑의교회(담임=오정현목사)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각 교회가 주일예배 때 신종 바이러스증 대처에 대한 자료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유했다. 또 주일예배 때는 각 예배실 입구와 주요한 출입구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여 예배당 입장 전에 손 소독을 실시하도록 했다. 여기에 비접촉식 체온계를 비치하여 자율적으로 체온을 점검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랑의교회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대륙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병상에 누워 있는 환우들의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차분한 이러한 대응노력은 매우 본받을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소형 교회들 역시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초이화평교회 양진우목사는 마스크를 교회당 입구에 배치했다. 양목사는 “교인들이 평균적으로 50여 명 주일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러스 감염 방지를 위해 모든 교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를 비치했다”며, “미처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교인들이 마스크를 사용해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목사는 본질적으로 소망과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재앙으로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교회는 더 위로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수칙
각 교단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수칙을 발표했다. 공통적으로 △교회당 눈에 잘 띄는 곳에 예방 수칙 포스터를 붙인다 △악수대신 목례나 손 흔드는 것으로 인사한다 △교회당 여러 곳에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홍보한다 △병원 심방은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 할 때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한다 △경계단계가 해제될 때까지 공동식사 등 단체 활동을 자제한다 △단기선교 등 해외여행을 자제한다 등이다.
또 바이러스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공포를 부추기는 거짓정보나 가짜뉴스를 경계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병지인 우한, 나아가 중국,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반대한다 △한국에 입국한 우한 교민이나 국내 확진환자에 대한 편견을 거부한다 △철저히 예방하고 경계하되 지나친 공포로 일상생활이 위축되지 않도록 한다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