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 지나면서 얼어붙었던 마음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입니다. 실제로 얼어붙을 만큼의 추위는 아니지만 체감 기온은 얼어붙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잠비아는 남반구에 위치하기에 한국이 더워지면 여기는 반대로 추워집니다. 일교차가 커지고 밤 기온이 10도까지 떨어지니 감기환자도 많이 생깁니다.
한국 겨울에 비하면 춥다고 할 수 없는 Cold Season이지만 배움을 향한 잠비아 아이들의 열정은 오늘도 뜨겁습니다.
요즘 학부모들이 종종 학교로 찾아옵니다. 갑자기 학부모가 나를 왜 보자고 한 걸까, 처음에는 긴장되었지만, 이제 찾아오는 이유는 모두 예측 가능합니다. 아이들 학비를 낼 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선교사를 찾아와서 학비(120콰차, 약 9400원)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합니다. 그럼 저는 돈은 걱정 말라고 하며 안심시킵니다. 그리고 통 크게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왜냐하면 학비를 못 내더라도 학부모는 아이를 계속해서 우리 학교에 보낼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비를 정말 내지 못할 상황인지 아닌지는 여러 루트를 통해 조사를 하지만, 어차피 받지 못할 학비는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가 잠비아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학비를 대신 내 준다고 하며 함께 기도하고 마음 편히 돌려보냅니다.
얼마 전에는 아이 넷을 키우는 미혼모가 찾아왔습니다. 한국의 상식으로는 어떻게 미혼모가 아이를 넷이나 낳게 되었을까? 그게 미혼모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잠비아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성경 말씀에 우물가의 여인이 생각났습니다. 그 여인이 아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많은 남자들이 자기를 거쳐 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저를 찾아온 그 미혼모와 같이 기도하고 아이들이 계속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잠비아에는 결혼을 하지 않고 남녀가 같이 살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잠비아도 코로나가 조금씩 다시 확산 중에 있습니다. 교회에서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마스크의 중요성에 대해 광고를 해서인지 이제 예배 시간에 제법 마스크를 착용하고 옵니다. 주일 아침부터 흙먼지 날리는 먼 길을 걸어 교회에 나오는 한 사람이 참 귀합니다.
앨릭의 소식을 전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도에 동참해주셨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수술 예약을 잡으며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결론은 차비와 시간만 허비했습니다. 의사가 충분한 설명 없이 의도적으로 수술을 피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다시 감기에 걸려서 먼저 회복해야한다는 둥 수혈 할 피가 없다는 둥 갖가지 이유를 대며 수술을 지연시켜왔습니다. 지금은 아이의 상태가 산소치료를 해야 할 만큼 나빠져서 병원에 입원중입니다. 전에는 수술비만 해결되면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가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니 17개월임에도 불구하고 체구도 작고 아직 걷지도 못합니다. 앨릭의 엄마가 먼저 잘 먹어야 아이에게 젖을 잘 물릴 텐데 안타깝게도 18살 미혼모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습니다. 애 업고 교회에 와서 항상 저를 찾아주니 반갑고 기특할 뿐입니다.
기도동역자에게 드리는 요청
슬픈 일, 복잡한 일, 답이 안 보이는 일 등등 여러 가지의 것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마가복음 9장 29절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기도 외에 다른 것으로는...”
무엇을 하든 기도가 모든 일의 시작임을 날마다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오늘이 참 좋습니다. 산 너머 산이라 할지라도 문제 너머에 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현실 도피가 아닌 우리가 믿는 믿음의 실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2022년 7월 28일 목요일
이찬희, 김혜영, 준희, 호산, 한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