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신천지에 배상책임 물으려면 구체적 자료와 손해배상 범위 특정하라” 지적
신천지의 폐쇄적 조직특성 간과한 무리한 증거 요구 우려
대구광역시가 신천지를 상대로 제기한 1000억 손해배상소송에서 재판부가 대구시 측 변호인단에게 “신천지가 코로나19 집단감염 책임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해 신천지의 폐쇄적인 조직특성을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23년 3월 30일 대구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성경희 판사)심리로 진행된 1000억 손해배상소송 3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원고 측 변호인에게 “신천지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쳤냐”고 물으면서 “막연하게 손해배상의 대상을 특정하면 안되고, 구체적인 대상을 특정해야하며, 또 정책적인 책임 문제에 대한 증거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어떤 원인으로 인해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가?”를 지적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지난 2023년 3월 법관 정기인사이동을 통해 재판부가 갱신됐고, 이번에 새롭게 재판을 배당받아 심리하게 되어 이전 재판부의 시각과는 차이를 보인 것이다.
2022년 7월 8일 본지 보도에 의하면 이전 재판부(재판관 김경훈, 손용도, 이호선)는 2022년 7월 7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형사재판 판결을 근거로 민사소송 종결을 주장한 피고 측의 주장이 나름 일리가 있고,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겠으나 당시 집댠감염 발생으로 인해 대구광역시가 막대한 방역비용을 투입했고, 이 비용은 곧 시민의 세금이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었다.
또 이어 "피고 측은 억울한 면이 있겠으나 시민이 낸 세금이 막대하게 지출된 만큼 재판에 성실히 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해당기사 출처 : http://www.c-herald.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00)
그런데 법관 정기인사이동으로 인해 재판부가 교체되자마자 재판의 기류가 180도 바뀐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원고 측 변호인은 “대구시에서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시 당국이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린 사실을 신천지 대구교회와 지도부는 알았으나 소속된 신도들은 몰랐으며,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잠복기에 있었으리라 예상된 신도들을 관리하지 못하고 6시간 동안 신도들을 방치해 이들이 대구시내에 나가서 전도활동을 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신천지 대구교회와 간부들, 그리고 교주 이만희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 측 변호인은 “집단감염 당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었던 탈퇴자와 해당 사건을 보도한 취재기자들의 인터뷰를 취합해 형사사건에서 드러나지 않은 부분을 서면으로 제출했다”며 “당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었던 탈퇴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해서 당시 상황을 증언으로 들었으면 한다”고 증인채택을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리를 위해 무엇을 밝혀내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원고 측에서 밝혀내고자 하는 사회재난 원인제공 행위가 무엇인지가 분명해야 한다”며 증인채택요청을 기각했고, “원고 측에서 질병관리청에 있는 자료를 통해 입증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원고 측 변호인은 “질병관리청의 자료에는 신천지 신도여부인지 여부가 드러나 있지 않으므로 신천지가 먼저 대구교회 신도명단을 제출해야 한다”며 "해당 명단을 기초로 역학조사 결과를 추적하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피고 측 변호인은 “원고의 청구원인이 불분명하다”며 손해배상 청구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코로나 발생 이후 집단모임이 없었고, 이번 민사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 즉 대구교회 지도부의 공지가 늦어 신도들이 대구시내를 활보한 시간이 6시간도 되지 않아 원고 측 주장이 근거가 약하다”며 빠른 결심공판일 지정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증인신청 부분에 대한 양 측의 신경전도 벌어졌다.
피고 측 변호인은 “원고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이들의 성명이 가명으로 된 부분과 원고 측에서 특정인 몇 사람만을 증인으로 신청 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자 재판부도 이에 동의했다.
이에 원고 측 변호인은 “피고 측 변호인이 준비한 답변서에는 피고 측의 형사사건 무죄부분만 주장하는 부분만 적시되었다”며 “원고 측은 충실하게 준비서면을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변호인에게 “정확한 손해배상 청구의 원인과 이유를 제시하라”면서 2023년 5월 18일 2시 20분을 다음 기일로 지정했다.
원고 측 변호인 법무법인 맑은뜻 강수영 변호사는 재판 직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재판 전 원고 측이 제출한 준비서면에 31번 확진자 발생 전후에 신천지 교인이었던 3명의 진술서가 포함됐고, 그 중 한 명은 증인심문 개최 시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피고 측 변호인들의 반론이 있을지 모르므로 앞으로 최대한 탈퇴자들의 증언을 많이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신천지 교단의 책임의 범위의 문제”라며 “신천지 신도는 피해자이지만, 신천지 교단과 교주 이만희는 가해자고, 결국 신도들은 신천지 교단과 교주 이만희로부터 피해를 당한 것이다”고 정리했다.
한편 강 변호사는 2022년 11월 대구에서 열린 10만 수료식 이후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신천지의 유착설’에 대해 “대구광역시의 입장은 이 사건에 대한 변호업무를 성실히 수행해달라는 입장이다”고 대구광역시의 공식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이 날 재판정에는 신천지 신도 10여명이 재판을 지켜봤다. 지난 재판에는 4~5명도 오지 않은 분위기였음을 고려하면 달라진 신천지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새로 다대오지파장으로 부임한 노흥X 지파장과 지난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인함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위계에의한 공무집행방해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확정된 김대X 섭외부장이 방청해 다대오지파의 결속된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