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언론위원회 10월의 시선 '검찰총장의 언론인 고소와 셀프 수사'
NCCK 언론위원회 10월의 시선 ‘검찰총장의 언론인 고소와 셀프 수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는 10월의 ‘주목할 시선’으로 ‘검찰총장의 언론인 고소와 셀프 수사’를 선정했다. 이른바 ‘조국 대전’을 둘러싸고 벌어진 검찰총장의 언론인에 대한 고소와 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의 수사에 눈길이 쏠렸다.
검찰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과잉수사와 검찰의 피의사실 누설을 받아쓰는 언론의 ‘무리한 보도’로 검찰과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촛불시민이 서초동에 운집해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부르짖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이 우리 사회 최대의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검찰과 언론은 한국사회 최고의 권력기관이 되었다. 대통령 등 선출직 공무원은 국민의 위임을 받아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두 기관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두 기관은 19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절대 권력이 무너진 이후 권력의 공백기를 틈타 새로운 권력기관으로 탄생했다. 특히 정치언론은 ‘밤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정치를 주물렀다. 두 기관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야합했다. 그래서 헌법 제1조를 패러디한 경구가 나왔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는 언론으로부터 나온다.’
언론위원회는 검찰과 언론의 반목에 주목했다. 한겨레신문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보도와 윤 총장의 즉각적 명예훼손혐의 고발이 그것이다. 검찰총장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고소하여 수사를 맡긴 사례는 매우 드물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이 언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른바 ‘국민 입막음 소송’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략적 봉쇄소송’(SLAPP :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 그것이다. 윤 총장이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검찰의 휘하 검사들이 수사하는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되는 지 여부도 관심의 대상이다.
한겨레신문은 10월11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의 스폰서인 윤중천씨 별장에 들러 접대 받았다’는 윤씨 진술이 나왔으나 검찰이 덮었다”고 1면 톱으로 보도했다. 한겨레21 하어영 기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윤중천씨의 원주별장에 들러 접대를 받았다는 윤씨의 진술이 있었고 추가조사 없이 마무리됐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기자는 “사건에 관여된 3명이상의 취재원을 확보해 사실을 확인했다. 최소한 검찰이 진술을 덮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기사내용이 진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대검은 “완전한 허위사실이다. 윤 총장은 윤씨와 면식조차 없다”고 해명했다. 대검은 “검찰총장 인사검증 과정에서도 근거 없는 음해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검증,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바 있다”며 “사전에 해당언론에 사실무근임을 충분히 설명했다.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기사화한 데 즉시 엄중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 총장은 보도가 나간 날 취재기자와 ‘보도에 관여한 성명불상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했다. 언론중재위원회도 거치지 않았다.
대검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사건보고를 받지 않겠다”며 “손해배상청구와 정정보도청구 등 민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는 윤 총장 입장을 전했다. 윤 총장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겨레신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1면에 사과기사를 내보내면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이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하자 서부지검은 사건을 경찰에 보내지 않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경찰이 윤 총장을 대상으로 고소인 조사를 벌이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외부위원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김학의사건팀 외부단원 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검찰총장 개인 명예훼손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을 중단하라’는 성명에서 “검찰과거사위의 조사결과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하는 이례적 검찰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라”고 주장했다. 김학의 사건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조사단원들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취재원 색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의 사실여부 보다는 제보자를 가려내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이들은 “보도내용의 사실여부는 윤씨 전화번호부와 다이어리 등과 면담보고서, 최종보고서에서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다”며 “면담보고서에 기재된 윤 총장 관련 부분 사실여부나 면담보고서 작성경위는 고소사건의 수사대상과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상명하복 체계에 속한 검사들이 수사한다는 건 결론을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검찰총장 개인 사건에 검찰 수사권과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에 반하고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크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언론단체들도 동참하고 나섰다. 언론시민단체는 “윤석열 총장은 고소를 취하하거나, 사건을 언론중재위원회나 경찰에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 총장이 검찰을 자신의 명예회복 수단쯤으로 여기는 위험한 발상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상명하복 체제에서 총장이 분노를 표하는 사안에 어떻게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언론노조는 검찰총장이 언론을 고소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물쇠를 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검찰총장이 고소하고 부하 직원들이 수사를 진행할 경우 ‘하명수사’, ‘선택적 정의’, ‘이해충돌’ 등의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오픈넷은 공권력 개입과 형사처벌 위협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구제는 정정보도청구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로 해결할 수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 형사처벌은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언론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시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이 공직자의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판단도 나왔다. 국민권익위는 “검찰총장이 특정인을 검찰에 고소하였다면 자기 자신이 고소인으로서 ‘수사의 대상인 개인’에 해당하게 되어 직무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공무원 행동강령’ 제2조는 ‘수사의 대상인 개인’을 직무관련자로 규정하고 있다. 고소사건의 경우 수사대상에는 피고소인뿐 아니라 고소인도 포함된다는 판단이다. 권익위는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라 사적 이해관계 신고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공무원이 이해충돌 소지가 생길 경우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대검은 윤 총장이 이해관계 신고를 하고 필요한 조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공무원 행동강령 책임관인 대검 감찰1과장에게 신고하고 총장은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해충돌 소지가 있으면 소속 기관장이 해당 공무원에게 직무참여의 일시중지와 직무재배정, 전보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총장이 기관장이기 때문에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는 ‘셀프 직무배제’를 했다는 설명이다.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수사검사들이 어떻게 수사할 지는 명약관화하다. 아직도 ‘검사동일체 원칙’이 지켜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만하다.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의 고소는 사실상 수사지휘로 볼 수 있다”며 윤 총장은 고소를 취하하고 정정보도청구 등 이해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방식의 권리구제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고위 공직자들 자신에 대한 비판과 비난, 혹은 의혹 제기, 나아가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비판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며 “현직 검찰총장과 같은 권력기관의 구성원들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를 직접 차단하거나, 처벌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력자들은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 명예훼손죄를 악용해왔다(첨부자료 참고). 시민의 공적 발언 및 참여를 봉쇄하기 위한 국민입막음 소송을 ‘전략적 봉쇄소송’(SLAPP :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고 부른다. 승소 가능성이나 승소의 이익이 크지 않음에도 국가가 국민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어 자유로운 집회나 정부 비판을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목적으로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실제로 국가는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는 극히 일부만 인용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대표적 사례가 한진중공업 ‘2차 희망버스’ 사건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이 노동자 170명을 해고하겠다고 밝히자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시민의 집회가 ‘희망버스’ 사건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피해경찰관 14명을 내세워 송경동 시인 등 6명을 상대로 “시위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다치고 장비도 파손됐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송시인이 경찰관 4명에게 488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최종 판결했다. 2014년 1심 재판부의 판결에 비하면 훨씬 축소된 것이다. 김제완 변호사는 전략적 봉쇄소송은 소권의 남용이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시민의 집회나 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장비가 망가지기고 집회 참여자나 경찰관이 다치기도 한다. 헌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인정한다. 그렇다면 시위진압 과정에서 망실된 장비나 부상한 경찰관에 대한 치료비는 누가 부담해야 할까. 김 변호사는 “당연히 국가가 예산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공무수행 중 부상한 경찰관들이 집회 주최자에게 치료비를 받아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소방관의 원칙’(fireman’s rule)이라고 한다. 강도를 잡다가 부상한 경찰관이 강도를 상대로, 진화작업 중 부상한 소방관이 방화범을 상대로 개인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필요가 없다는 원칙이다. 악의적 가해자를 잡아내 형사 처벌하는 것은 별도로 하더라도 국가가 민사소송을 이용해 집회 주최자 및 참가자들을 괴롭혀 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 특히 피해 경찰관을 부추겨 국민을 상대로 소송하도록 하여 국민과 공무원을 이간질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국민이 평화적으로 집회할 권리와 불만의 구제를 정부에 청원할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20개 이상의 주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소송이 제기된 경우 원고가 승소 가능성을 사전에 입증하지 못하면 소송을 조기에 각하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무부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한하기 위한 법률안 마련에 착수했다. 국가가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권리행사를 위축시키려는 부당한 목적으로 손해배상소송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한국민사소송법학회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의사표명의 자유와 청원의 권리 등 국민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민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피소자가 공공의 이해에 관한 의견표명이 소송의 배경이라는 점을 법원에 소명하고, 법원이 인정할 경우 소송을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참여연대는 국가기관과 공직자들이 명분과 승산도 없으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이 “국가는 명예훼손 피해자가 될 수 없고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함에 있어 신중할 것도 요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조항 개정을 내용으로 하는 형법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